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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남아있는 일본어 잔재; 서양화과에서 쓰는 단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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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에 남아있는 일본어 잔재; 서양화과에서 쓰는 단어.

어니언 (국내산) 2021. 7. 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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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오래된_세계미술용어사전 (tistory.com)

작업자 언어사전_"스푸마토" 작업할 때 이런 단어를 써본 적이 없다. (tistory.com)

 

여기서 이야기 한 내용과 함께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링크 글들을 읽으셔야 이해가 더 잘 되시라 봅니다.  

 

 

  링크의 글들을 요약하자면, '스푸마토' 기법과 우리말인 '바림(선염)'이라는 단어는 비슷한 기법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서양화과에서는 그런 단어를 쓰지 않고, '솎다'혹은 '보카시(暈し;ぼかし)라는 단어를 쓴다고 했습니다. 이것에 대한 저의 추측이 있다 하였습니다.

 

 아래부터는 사실과 함께 제 주관적 추측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평소에 쓰는 말 중에 아직도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자신 있는 것을 말할 때, "18번"이라고 하는 말; 일본 전통예술 가부키의 18가지 기예 중 가장 자신 있는 기예를 18번째에 펼치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또, 우리말로는 '물방울' 무늬 영어로는 도트, 그리고 또 잘 쓰는 '땡땡이'; 일본어에서 점点을 텐(点;てん)으로 발음하는데에서 유래되었으며, 뿐만 아니라 가봉(假縫)은 시침바느질(시침질)로, 기스는 상처 혹은 흠으로, 곤색은 감색으로 바꿔야한다합니다.

 예전에 한국화를 짧게 배웠을 때, 신한에서 나온 한국화 물감을 사용했던 적이 있는데 실제로 한국화 물감에는 감색이라고 표기되어있습니다. 수채화, 아크릴, 과슈, 유화 등 서양화에서 쓰이는 재료들은 보통 영문으로 표기가 됩니다. 감색이라면 아마 '푸르시안 블루'정도 될 거 같습니다.

 

 혹시 고희동이라는 분을 아시나요? 우리나라 의무교육에서 다루는 얇디얇은 미술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분이긴 하지만, 대부분 기억을 못 하실 거라 생각됩니다. 여기는 역사적인 내용을 다룰 것은 아니라서 짧게 소개를 한다면, 원래는 전통회화(한국화) 공부하였지만, 1909년 도쿄 미술학교 서양화과에 들어갑니다. 졸업 후 귀국하여 우리나라 최초 서양화가가 되었습니다. 이후로 경성부(현 서울특별시)에 있는 학교의 교원으로서 유화를 가르칩니다.

 

 제가 추측한 내용을 유추하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의 최초 서양화가는 일본에서 수학(修學)하였습니다. 당연히 일본어로 공부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일본은 제국주의 당시 공부 잘하고 똑똑한 인물들을 뽑아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고 돌아오게 해서 자국민들을 가르치게 했습니다.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가 대표적 예입니다.)

 

 어느 나라나 그들이 다른 나라의 말을 가져오는 데 있어서 원형 그대로 갖고 오는 경우, 혹은 변형되서 오는경우, 아니면 자신들의 언어에서 비슷한 의미들로 말을 만드는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외국어를 가져올 때 원형 그대로보다는 변형이 되거나 비슷한 의미들로 말을 만드는 경우들이 많은데, 설령 원형을 갖고 왔다 해도 그들 말에 맞는 발음이기에 어쩔 수 없이 변형이 되며 또 그 말이 변형이 됩니다. 예를 들어서 익히 들어 알고 계시는 맥도날드를 マクドナルド (마쿠도나루도)라고 합니다. 이것을 줄여 맠쿠マック라고 합니다. 또 유명한 것으론 우리가 흔히 쓰는 아르바이트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독일어 Arbeit; 노동, 일에서 온 말입니다. 일본에서도 똑같이 아르바이트アルバイト(아루바이토)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일본도 똑같이 줄임말이 있습니다. 모두 아시는 '알바'가 그 말이고, 일본에서는 보통 バイト바이토라고 씁니다. 이 아르바이트라는 말은 일본에서 와서 우리는 우리 입맛에 맛게 일본은 일본 입맛에 맞게 변형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언어는 계속 변화합니다.

 

 그렇게 일본에서 쓰이는 말이, 혹은 변형된 말이 또 우리나라에 와서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있기도 하지만, 우리 나름의 변형을 거친 것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일제 강점(한일 합병) 이후엔 고희동 선생뿐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으로 가서 일을 하거나 공부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일본어 혹은 섞인 말로 배우셨을 확률이 상당히 높았을 것이고, 선생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또 그 학생들도 자라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금까지 오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래에선 서양화과에서 쓰이는 몇 개의 단어를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캔버스에 대한 이야기_①취미편 (tistory.com)

 

캔버스에 대한 이야기_①취미편

*본 글은 원데이 클래스 등과 같이 취미로 하시는 분들을 위해 쓴 글입니다. *캔버스의 역사 같은 이야긴 없습니다. 지난번에 유화용 파렛트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었는데, 유화가 굳는 것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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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링크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왁구(와꾸)는 일본어입니다. '틀(프레임)'이란 뜻인 와꾸(枠; わく)*를 그대로 씁니다.

 

 *く는 '쿠'라고 읽히는데 여기선 편하게 꾸로 읽었습니다. 와쿠와쿠(わくわく; 두근두근)이라는 단어는 쿠로 써도 이상하지 않지만, 캔버스 틀을 이야기 할 때는 아무래도 계속 써오던 말이 있다 보니 꾸로 사용했습니다.

 

 그 왁구는 나무로 만들어져 나무의 종류들이 있는데, 그 중 작업자들이 주로 쓰는 목재는 삼나무 입니다. 화방에 가면 삼나무, 스기, 스기목 등으로 표시가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 말인 삼나무는, 삼나무 삼杉자에 나무가 붙여져 삼杉나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나무 목木'를 한자로 써서 삼목杉木이라고 합니다. 이 삼나무를 일본어로는 스기(杉; スギ)라고, 또 스기키(杉木; すぎき)라고 하는데, 캔버스 틀에서 가끔 보이는, '스기목杉木'은 삼나무 삼杉 자를 일본어인 스기(杉; スギ) 읽고 나무 목木자는 우리나라 한자로 읽는 형태를 말합니다. 그래서 스기杉(일본어) + 목木(한국어) 형태로 쓰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괴이한 형태이지만, 이게 또 위화감을 많이 못 느낄 정도로 생활밀착되어있습니다. 

 

 

 

캔버스에 대한 이야기_②미대생편 (tistory.com)

 

캔버스에 대한 이야기_②미대생편

글을 읽기 전, 아래를 읽으면 좋은 분들 : 취미, 예고생, 서양화과 입학 전 유화가 굳는 것에 대한 이야기와 유화 파렛트 추천_그 이유 (tistory.com) 유화가 굳는 것에 대한 이야기와 유화 파렛트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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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언급된 '와꾸바리'라는 말도 일본어에서 온 말입니다. 링크에서는 간단하게 '캔버스 천을 집는 집게'라고만 이야기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단어 설명을 더 자세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와꾸바리는 와꾸+바리(張り)가 합쳐진 말입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현재 일본에서 쓰고 있지 않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아마 우리가 편하게 말하다 보니 두 단어 (일본어 + 일본어)가 섞인 게 아닐까 합니다.

 

 왜냐하면, 이 와꾸바리를 일본에서는 張り器(ばりき;바리키)나 プライヤー(푸라이아ㅡ)로 씁니다. 옛날에 '와꾸바리'라는 말을 썼는지 알 순 없지만, 인터넷 검색창에 '枠張り(와꾸바리)로 검색을 해보면 이미지가 보이긴 해도 이 단어(명칭) 그대로 온전히 검색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여기서 '張り'단어를 바리(ばり)라고 읽고, 이것은 "켕김; 팽팽하게 땅김; 또, 그런 힘."으로 쓰입니다. 器(き)는 접미어(接尾語)로 '간단한 도구'를 일컬을 때 쓰는 말입니다. 그리고 プライヤー는 영어식 표현 Canvas Pliers의 Pliers(플라이어; 펜치) 온 말입니다. 제 추측컨데,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가서 미술 공부하셨던 분들께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캔버스 틀(왁꾸; 枠)을 짤 때 바리키(張り器)를 사용하셨겠고, 이것을 그들끼리 말하다 보니 '와꾸바리'라는 말로 줄여서 부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앞서 이야기드린 단어들보다 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지금 작업을 하고 있거나 혹은 누군가를 지도하고 있다든가 아님 더 배우고 있는 입장이라면 계속 이러한 말을 사용했을 테고 때문에 자각이 더 빨랐을지 모르겠지만, 손을 놓은 지 꽤 되어 말을 사용하지 않다 보니 설명하는 데 있어 적지 않게 애먹었습니다.  

 

 이러한 용어를 쓰는 게 솔직히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국어에 대해 관심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래도 전공분야에서만 쓰이다 보니 마치 전문용어처럼 쓰이고 국어학자분들을 비롯해 전공 외 분들도 당연히 모를 거라 생각합니다.  

 

 언어라는 건, 단어라는 건 익숙해져 사용이 되어버리게 되면 바꾸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유행어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아직도 우리나라 말에 일본어의 잔재가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게다가 그런 말이 우리말보다 확실하게 인지가 되는 단어던가, 혹은 우리말에 대체어가 없다면 더 난감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와꾸는 캔버스 틀로 바꾼다고 해도 두 글자가 더 편하지 4글자나 되는 단어 입에 붙을까 싶습니다. '틀'은 하나의 단어이긴 하지만 '창문틀'도 있고 '빵틀'도 있고, 세상엔 많은 틀이 있습니다. '캔버스'라는 단어를 꼭 붙여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왁꾸'는 그냥 확실하게 캔버스 틀을 말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이 짧은 단어가 더 편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캔버스 틀'이 익숙해지도록 쓴다면 또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난감한 것은 '와꾸바리'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대체되는 말이 없기 때문에 풀어서 설명해야 하는 물건입니다. 집게라고 한다면 무슨 집게인지, 캔버스 집게라고만 한다면 캔버스를 고정시키는 집게인지, 캔버스를 집어 당겨서 천을 짤 때 쓰는 집게인지 모릅니다. 적어도 보통 캔버스 집게라고 하면 전자를 생각합니다. 그리고 와꾸바리는 후자인 천을 당겨서 짜는데 쓰는 집게입니다. 이처럼 명칭이 없으니 이미 있는 명칭과 헷갈려지고 난감할 뿐입니다. 게다가 전공인이 아닌 이상 접해볼 일없는 물건이라 설명한다 해도 감이 잡히기 쉽지 않을 물건입니다. 가끔 한글날에 외래어가 우리말을 헤친다는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그 점에 대해 이해는 가지만 그렇다면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말을 생각해야 한 것도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그 말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뉘앙스를 확실하게 전달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무조건적으로 욕할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어떻게 왔는지 어떠한 의미로 쓰이고 있는지 그리고 대체되는 말은 있는지 그 대체어와 무엇이 어떻게(뉘앙스) 다른지 확인을 하고 이야기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렇다 해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각'이 아닐까 합니다. 자각을 해야 바꾸든 설령 바꾸지 않더라도 그 말이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를 들면 (공사장의) 현장 용어; 위와 같이 일본어 혹은 일본어가 변형된 한국어 등이 따로 있지만 또 그것을 바꿔가려는 노력이 있는 것처럼 저를 비롯해 많은 전공인들이 앞으로 조금씩 변해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작성해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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