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lab

이해하기 쉬워 보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 미술 본문

이런저런 주저리/예술에 대한 주저리

이해하기 쉬워 보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 미술

어니언 (국내산) 2021. 11. 12. 19:35
728x90

 

엮인 글:

이해 못 해도 이해하기 쉬운 현대 예술 (현대 미술) (tistory.com)

 

 위 글을 읽고 오시면 조금 더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 주장일 뿐임을 미리 밝힙니다.

 *흔히 고전 미술은 현대미술의 상대되는 말로 쓰입니다.

 *보통 서양 전통회화 기법 및 표현 미술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현대 미술이 약 20세기 후반 미술이라 하기에, 약 20세기 중반 이전의 모든 미술을 가리키는 말로 쓰겠습니다.


 

 위 링크; 이해 못 해도 이해하기 쉬운 현대 예술 (현대 미술) 를 읽으셨다면 아시겠지만, 현대 미술이 이해하기 쉬운 이유로, 우리가 지금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두 번째 이유로 "개인"에 있다고 했습니다.

 

 고전 예술은 이와 완전히 반대에 있습니다.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것이며, 개인이 아닌 시대를 봐야 합니다.

 

 물론 20세기에 근접해있는 예술에도 개인이 많이 묻어있지만, 지금 시점으로 봤을 때, 그것은 하나의 과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다양한 재료와 생각들의 작업들은 아니니까요.

 

 서양 미술의 핵심은 크게 두 개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개를 이해하면 모든 고전 미술이 그나마 쉽게 다가올 것입니다. 하지만 이 두 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쉽지 않은 길입니다. 

 

 그 하나는 '그리스ㆍ로마 신화'이며, 또 하나는 '기독교'입니다. 이것을 확실히 이해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심지어 저는 종교도 없습니다. 때문에 좀 더 이해하고자 '종교적 체험'을 하려 노력을 많이 기울였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ㆍ로마 신화는 더 많이 어렵습니다. 그 안의 너무나도 많은 인물들과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과 지명들로 혼란해집니다. (당연히 읽어봤지만, 머리에 남아 있는 게 없...)

 

 여러분이 만약 '그리스ㆍ로마 신화'와 '기독교'를 이해하셨다 해도 고전 미술이 쉽게 풀리지 않을 겁니다.그 이유는 미술은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직관적 해석의 그림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심하는 도마(1601~1602년)> (아래 그림)가 있겠습니다.

 

예수의 부활을 믿지 못해, 옆구리 상처에 손가락 넣고 믿는 자. (상처를 후벼파네?)

 

 그림이 발전됨에 따라 '이콘 icon (도상학)*'의 발전에 따라 그림에 숨겨놓는 의미 들이 많습니다. 그런건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석할 일이긴 하지만 이런 것들을 알아두어야 그림을 읽는 법을 배우며 또한 보는 맛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공부해야 할 양들이 늘어만 가게 됩니다.

 

 사담이지만, 만약 전공인인데 그걸 공부하는 게 싫다는 거냐?라고 물으신다면, "네."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가끔은 괜찮은데 오래 붙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공인 이긴 하지만 도상학 전공도 아니고 박물관학 전공도 아니고 실기 위주의 전공이기 때문에... 그리는 것에, 표현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이콘 icon : 주로 종교ㆍ신화 등의 관념 체계를 바탕으로 특정한 의의를 지니고 있는 미술 양식 또는 작품을 뜻 함.

                여기서는 넓은 의미로 '도상학'이라는 개념으로 씀.

 

 

 예를 들어서, <대사들>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래 작품)

 

 

 이 작품은 드릅게 많은 '이콘 icon'들이 숨어져 있습니다. 지난번 썼던 글 ( [국박] 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_⑦ 수월관음도_마지막 편 (tistory.com) )에서 직접 봤다고 살짝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도상학적으로 들은 바가 있었지만 딱 봤을 때 그런 거 따위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와 섬세한 표현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습니다. (작품 크기: 207x209.5cm)

 

 

 (*위 그림의 도상학적 이해를 원하시는 분들은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확인해주세요: 링크 )

  

 

 특히 이 작품의 인생의 덧없음을 숨겨놓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바닥에 깔린 괴상한(?) 것인데,

 

괴상하게 생긴 이거

 

 이것은 해골입니다.

 응?이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꽤나 많으실 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해골'이 맞고, 해골을 왜곡시켜 그린 것입니다.

 지금이야 포토샵으로 비틀면 쉽게 비틀어지지만 저걸 왜곡해서 그림으로 그렸다고 생각하니 미쳤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솔직히 이것뿐만 아니라 그냥 이 작품 자체의 묘사력이 미쳤습니다.)(솔직하게 전 못 합니다.)

 

 이 해골의 의미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에서 온 것입니다. 

 로마에서 개선장군이 많은 이들에게 축하를 받을 때, 옆에서 시중(?)이 계속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고 외쳤다는 설이 있습니다. 지금의 영광이 죽을 때까지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영광이 한없이 덧없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영광에 취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그랬다고 합니다.

 그림의 해골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그림을 실제로 보면 그런 것 따위 하나도 생각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해골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해골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진으로 보면 쉽게 보이지만, 작품의 크기가 상당하기에 와닿지 않았습니다. (작품 크기: 207x209.5cm)

 

 

 그리스ㆍ로마 신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유명한 작품들은 상당히 직관적입니다. 그리고 또 익히 들어 아는 사람이 많은 여신이기에 설명할 필요성이 상당히 적어집니다. 제목도 너무 친절함.

 

<비너스의 탄생>

 

 하지만 <라오콘 군상>은 어떨까요?

 

 

<라오콘 군상>

 

 

 비너스보다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이름, 그들은 왜 뱀에 몸이 휘감겨있는지, 왜 저렇게 겁에 질린 표정인지, 알아내려면 이에 대한 '역사'와 '신화'를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 시대처럼 '그리스ㆍ로마 신화'나 '기독교'가 우리들 삶에, 사상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즉, 현재가 아닌 과거의 것이기 때문에 이런 작품들이 받아들이기가 더 어렵습니다. 

 

 책으로서 배우는 것과 현재의 삶에서 체감되는 것은 현저히 다르며, 책으로 읽고 배운다고 해도 '보편적'이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우리는 그들과 지리적으로도 너무나 멀리 있기에 더더욱 힘듭니다. 

 

 반대로, 그들(서양인)이 우리 삶에 뿌리 박혀있는 '유교'에 대해서 '선비정신'에 대해서, '책'으로만 배운다고 상상해보면 조금 더 이해가 될까요? 

 

 저 개인으로서는 전공인으로 어떻게 대리석으로 저렇게 표현할 수 있는가, 인간의 몸; 근육의 움직임, 형태, 표정 등과 천에 대한 사실적 표현에 대해 공부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미술이 그런 1차원 적인 것이라면... 좋겠습니다 미술이 이렇게까지 발전(?)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썼던, 위 링크 글인 '이해 못 해도 이해하기 쉬운 현대 예술 (현대 미술)'에서  "이 작품이 하고 싶은 말은 뭐지?"라는 질문을 던져 보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전 예술도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무엇을 담고 싶었던 거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거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현대 미술)'과 '담고 싶은 것 (말하고 싶었던 것) (고전 미술)'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현재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살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나눌 수 있습니다. 당연히 법적인 선이 있는 범위 내에서 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주제인 정치적 이야기도 종교적 이야기도 과거보다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다들 아시다시피, 잘못 이야기하면 잡혀가 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보다 시대가 중요했습니다. 작가(미술가)들도 한낱 시대 안의 개인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 예술(미술)이 어려운 것은 시대상의 제약에 따라 작업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읽어내'는 것이 현대 미술보다 어렵기 때문에 제목에 "이해하기 쉬워 보이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 미술"이라고 적은 겁니다.

 

 이해하기 쉬워 보이는 이유는 많은 것들이 밝혀졌고, 우리는 이미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우리는 그 시대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사고 방식으로 그것을 이해하기란 너무나도 어려우며, 시대를 공부 했다 해도 그 시대에 살고있는 사람과 같지 않습니다. 때문에 어렵게 느껴집니다. 

 

 

 쉽게 써본다 썼는데 와닿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