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lab
다 읽고 보니 다시 느껴지는 소설의 첫 문장들①_이상 _<날개> 본문
어제 썼던
가장 끌린 첫 문장_<양과 강철의 숲>_미야시타 나츠 (tistory.com)
을 쓰면서 소설의 '첫 문장'에 대한 생각을 써 봅니다.
위의 링크에서도 썼던 내용 중 하나를 다시 정리해서 이야기하자면,
첫 문장이 유명한 작품들이 있고 저 또한 몇 권 읽어봤지만 학교에서 배웠거나, 이미 명언처럼 알려져 있었거나, 아니면 읽었을 때 별생각 없었는데 알고 보니 유명한 문장이었다던가, 또 다 읽고 나서 늦게 깨닫거나 하는 것처럼 감흥이 바로 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첫 문장들이 강렬한 책 혹은 유명한 책은 많이 있습니다.
이번 내용은 그중 제가 읽었던 책들 중 그리고 그중에서도 몇 개 추려서 함께 이야길 해보겠습니다.
본 내용은 상당히 주관적입니다.
혹시 수능 공부를 하고 계시는 분들께서 이 글에 들어오셨다면, 이 내용이 하시는 공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미리 알립니다.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상 <날개>
한국 근대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문장은 당연 이상의 <날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에 꼭 이 작품을 다루곤 했었습니다.
처음 이 문장을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뭔 소리야?'였습니다. 그리고 이 문장이 중요하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하지만 솔직히 수업 참여도가 매우 적었던 저는 한 귀로 흘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이 문장은 계속 기억에 남아 대학생이 되고도 가끔씩 기억에서 되뇌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하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학교에서 이상李箱이라는 작가의 시詩나 소설들을 배울 때 하나도 와닿지 않았고, '이 사람 뭔가 이상異常해... 그래서 이름 이상이야?'싶을 정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그냥 공부를 안 했다는 이야기를 빙 둘러해 봅니다.
그래도 조금은 친해져 보자 하고 소설을 전체적으로 읽어본 건 작년인지 재작년입니다. 단편 소설집을 읽어보았고 그 안에 <날개>도 있었습니다.
이 첫 문장이 중요한 이유는, 저 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모든 것을 담고 있었습니다.
<날개>에 나오는 화자는 지식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둥서방입니다. 일 하나 하는 것 없이 부인이 몸을 팔아 번 돈으로 지냅니다. 자신의 건강의 문제와 부인의 눈치로 집에서 거의 나가지도 못합니다. 하물며 자신의 방도 없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도 없습니다. 어느 날 감기에 걸려 아내가 주는 아스피린을 먹고 자는데 나중엔 그게 최면제(수면제; 아달린)라는 걸 알게 됩니다. 감기가 다 나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내는 그 약을 계속 주었고, 이상하게 계속 졸렸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충격받은 주인공은 깊은 실의와 여러 생각을 하며 거리를 떠돌게 됩니다.
'박제'라는 것은 모두들 아시다시피, 동물의 가중을 제대로 벗겨, 내부를 잘 처리하여 살아있던 형태와 똑같이 만들어 장식해 놓는 것을 말합니다. '살아있던 형태'라는 것은 죽어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지식인인 화자는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천재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는 것도 많고 해박하니 사람들에게 분명 천재라는 소리를 들었을게 분명합니다. 또한 작가 역시 (자칭) 천재라고 했던 사람이었던 만큼, 자신을 투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화자든 자신이든 어느 쪽이든 현재 살아있지만 거의 죽어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집에서는 그의 존재를 무시하고 있는 부인과 자신 또한 눈치를 보며 죽은 듯이 있습니다. 마치 죽어있지만 살아있는 듯하게 만들어 놓은 박제된 동물이나 살아있지만 죽은(없는) 것처럼 지내는 자신을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시대적으로 해석을 한다면, 일제 치하에 있던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이와 같이 박제화 되어있었다는 내용을 내포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엮인글:
라디오헤드Radiohead_No Surprises (feat.이상 <날개>)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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