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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_새가 땅에 몸이 닿는 날, <아비정전> 본문
아래의 글을 쓰며 생각난 영화는 <아비정전>(阿飛正傳,1990)입니다.
4월 1일 하면 생각나는 것; 만우절 그리고 거짓말 같은 죽음, 장국영_<영웅본색>_當年情 당년정' (tistory.com)
<아비정전>(阿飛正傳)은 '아비阿飛 이야기' 혹은 '아비阿飛 전기傳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잘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고등학교 때쯤 혹은 대학생 때쯤 이 영화가 궁금해서 봤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장면과 음악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 명대사 또한 진하게 먼저 박혀있었기 때문에 어떠한 의미로 이런 장면과 대사가 나왔는지 궁금해서 봤었던 케이스입니다.
이런 의미로 친다면 지난번에 적었던;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_마지막 갈림길의 선택 (tistory.com)과 보고자 한 맥락이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영화도 ost를 먼저 알게 된 다음 궁금해서 보게 되었던 사례입니다.
사실 영화를 본지 오래된 것도 있겠지만 영화 자체도 그렇게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영화를 봤던 당시에 그 무엇 하나 이해가 가지 않는 것 투성이었습니다. 대사나 행동 말 이런 것들 중에는 정말 다양하고 멋있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기억이 납니다. '아비정전'과 '1분'이라는 키워드만 쳐도 우수수 나올 명대사를 여기엔 적지 않겠습니다.
그런 여러 멋진 장면들은 장면이고, 영화 내용 자체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에 잘 남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마무리도 뭔가 영화를 끝낸 게 맞는가 하는 느낌으로 기억을 하기에 역시 마지막 장면도 흐릿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계속 바람을 피고 살아가는지, 어째서 자신을 발이 없는 새에 비유하는지, 왜 계속 친모를 찾고자 하는지 그리고 친모는 그를 결코 만나주지 않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알 것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아비는 카사노바입니다. 상당히 여성편력이 심합니다. 자신이 버림받기 전에 자신이 버리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어릴 때 자신의 친모가 자신을 버린 것에 대한 두려움에 비롯한 것이라고 첫 번째로 생각합니다.
두번째는 혹시나 하는 것이지만, 자신이 타인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친모가 자신을 버릴 때의 마음을 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을 발 없는 새에 비유하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는 자신을.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잠이 드는 것은 그렇게 정처 없이 사는 자신의 인생을 그저 흘러가는 데로 맡겨 사는 것을 비유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땅에 몸이 닿는 날이 그 새가 죽는 날이라는 것은, 실제의 죽음을 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해석으로는 자신이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이 몸을 맡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조금은 해봅니다.
아무래도 영화의 내용상 첫번째가 가장 유력하긴 하지만, 그저 아비라는 인물을 조금 더 따스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싶어 두 번째 해석도 넣어봅니다.
친모를 찾고자 함은 아무래도 자신을 왜 버렸는지 궁금한 것이 역시 먼저 일 겁니다. 하지만 아비가 자신이 누군가에게 안착할 날이 오기를 마음속 어디선가 느끼고 있었다면 자신의 친모에게 사실을 듣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친모가 아비를 만나주지 않는 것은 한 번 보면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지난 날을 너무나도 후회할 것 같기에 처음부터 자신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합리화를 한 뒤 뚜껑을 덮어버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아니라면 무언가 자신이 재혼을 할 때 '조건'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기억에 의해서 조금씩 써내려 가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엮인글 :
Lorenzo Barcelata 로렌조 바세레타_María Elena 마리아 엘레나_여러가지.ver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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