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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출신이 본 <청춘조소과>_5. 재능과 노력 (드라마는 거들뿐)(+번외)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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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 출신이 본 <청춘조소과>_5. 재능과 노력 (드라마는 거들뿐)(+번외)

어니언 (국내산) 2021. 12. 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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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조소과> (아빙본사단신 我凭本事单身) 1편을 보고 (tistory.com)

  위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드라마를 잘 보지도 않는 사람입니다.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보게 되었는데, 어차피 계속 반복해서 보고 들을 예정이라 조금 더 유익(?)하게 시간을 쓰기 위해 포스팅을 합니다.

 

부제: 서양화 전공자가 본 <청춘조소과>_진실 혹은 거짓 그리고 의문... 

 

 *본 드라마를 보고 오시면 더 이해가 가시는 내용입니다.

 

 *저는 조소과 출신이 아니라 서양화과 출신입니다. 

 조소와 서양화는 미대에 속해 있지만 저는 조소(조소과)에 대해 잘 모릅니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중국 미대를 나온게 아니라 한국에서 공부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공적으로도 (조소와 서양화) 그리고 다른 나라의 미대 (중국과 한국)에도 모르는 바도 많아 의문이 드는 점에 대해서도 작성합니다.


 

이전 내용 : 미대 출신이 본 <청춘조소과>_4-3. 실기실 사고 (tistory.com)

 

캡처: 웨이브

ㅡ5화 내용에서ㅡ

 

 

 작업하고 있는 친션 곁으로 다가온 교수님.

 

 

그냥 조금 이해 안 되는 게 있다면

 

1학년 실기실에서 작업하지 않고

왜 교수님 자리 있는 실기실에서 작업하는지?

(1학년을 조수시킬 일은 없고...)

 

 

 

 

(교수의 자질이 의심이 되는 말같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일리가 어느 정도 있다고 저 역시 생각하지만

그걸 학생에게 대놓고 이야기 한다는게...)

 

교수의 말에 대답하는 친션

 

 

 

이 대화를 보고 난 제 생각을, 

재능과 노력에 대한 것을,

제 개인적 사건들을 통한 생각을 좀 길게 하겠습니다.

 

 

 

 제 청소년기(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모든 시간은 그림과 함께 보냈습니다. 그림을 그리지 않았던 시간이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가끔 거리를 걷다 혹은 카페에서 예전에 유행했던 음악이 흘러나오면, 거의 백이면 백, 미술학원이나 실기실 등에서 틀어박혀 그림 그렸을 때 음악입니다. 그 정도로 제 인생의 많은 부분을 그림과 함께했습니다.

 

 무슨 학원에서 음악을 틀고 있나 하고 궁금해하실지 모르겠지만, (미술) 학원이나 실기실에서는 그림을 그리면 되는 곳입니다.

 

 때문에 누가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해서 들을 때도 있었고, 혹은 라디오를 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자신의 음악을 듣다고 해도 뭐라고 하지 않습니다.

 

 시험 보는 날에는 음악을 틀지 않지만, 그런 부분에서는 프리 합니다. 정말 가끔 그런 걸 싫어하는 선생님도 계시긴 했지만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실기실(미술학원) 등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봐온 바를 제 관점에서 몇 가지 이야기를 통해 해 보겠습니다. 

 

 그전에 결론을 빠르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둘 모두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다루는 가는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

 재능 있는 사람은 분명 있습니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들은 확실히 빨리 늡니다. 솔직히 그런 재능이 없던 저로서는 정말 엄청 부러웠습니다.

 

 그런 저는, 어떻게든 해보려고 바둥거렸습니다. 그러나 재능이 없어 늘지도 않고 슬럼프는 바둥거리는 것보다 더 빠르게 왔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진전이 전혀 안 보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반항심(?)으로 놓아버렸을 때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중ㆍ고등학교 때 일이었습니다.

 

 

 둘,

 때로는 기초(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작업을 하는 사람들 있습니다. 그중에 재능이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걸 보면서 억울해한 적도 있습니다. 약 6년 넘게 받아온 기초 교육이 무용지물인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시간 낭비한 기분도 들었고 그동안 난 뭐했나 하는 허탈감도 있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20살, 대학을 다니며 학원에 잠시 다녔을 때 일이었습니다.

 

 

 셋,

 그다지 친하진 않았지만 소질이 있고 재능이 있어 보이는 동생에게 몇 살부터 그림 시작했냐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2~3학년 때라고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때는 그래도 위와 같은 상황들이 있었던 터라 면역이 조금 있었을 때였습니다. 상처가 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역시 부럽다는 생각은 멈출 수 없었습니다. 

 

 

 

 

 지금 와 생각을 하면 저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도 되도록 가서 많은 걸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작업에 도움이 될까 하는 고전, 철학뿐만 아니라 우주, 과학 등 여러 방면의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읽었다고 다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노력도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재능 있는 사람이 부럽습니다. 아마 평생 부러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도 재능이 없는 제 자신이 싫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다행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제가 아마 재능이 있었다면, 오만방자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작업을 하면서 생각을 깊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이론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에 대한 뒷 이야기, 

 제가 본 사람들을 통해 일반화할 순 없겠지만, 재능 있는 사람들은 한 번 넘어지면 쉽게 일어나질 못 합니다. 

 자신은 이제까지 '재능'으로 모든 것을 잘 헤쳐 왔기 때문에, 갑자기 마주친 어느 벽에 느껴져 버려 부딪혀 버리면 그 벽을 상당히 크게 느껴버립니다. 그리고 조금 헤매다 금방 포기하는 사람도 봤습니다.

 

 제가 봤을 땐, 그들이 갖고 있는 재능으로도 충분히 분명 넘길 수 있는 것임에도 그들에겐 또 그렇지 않은 가 싶었습니다.

 

 돌고 돌아서, 또 돌고 돌아서 가는 재능 없는 저에겐 그런 풍파는 늘 있는 일이라 오히려 가벼운 바람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에 대한 뒷 이야기,

 기초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결국엔 기초 때문에 제 자리에 돌아오는 경우도 더러 봤습니다.

 

 기초가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하든 못 하든의 실력은 제쳐두고, 어쨌거나 몸에 배어버린 기초 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그것을 깨부순 이후엔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세계를, 여러 세계로 넘나들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기초를 하지 않은 사람은 결국 한 가지밖에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래가기 힘듭니다. 이미 자유로움을 느껴버린 터라 갑갑한 기초를 견디는 사람은 많이 못 봤습니다. (하지만 간혹 이것도 곧 잘하는 재능충이 있다카더라...)

 

 

 셋에 대한 뒷 이야기,

 소질이 있어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분명히 있어도 그것을 잘 설명하지 못하면 도루묵이라는 생각을 들게 했던 친구입니다. 이런 타입들이 생각보다 있습니다. 보기에 재밌는 작업이었는데 말 몇 마디로 자신의 그림을 깎아먹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웠습니다. 

 

 그렇다고 제 작업이 엄청 잘났다거나, 혹은 말재주가 있다던가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없는 재능을 메우기 위해 꾸준히 작업을 보고, 책을 읽고, 또 글을 쓰는 노력을 기울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노력 덕에 그나마 크리틱 시간이나 교수님과 이야기를 할 때 어지간해서는 막힘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있어 보이게 MSG를 넣는 방법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작업(작품)은 하나의 설득입니다.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생각을 담은 그림을 타인에게 설득시켜야 합니다. 학생이기에 배우는 입장에서 작업으로 설득시키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말로라도 상대를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공부가 필요합니다. 

 

 혹은 반대로 배우기 위해서라도 공부를 해야 합니다. 나의 의도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면, 다른 방법으로 작업을 해야 합니다. 그것을 교수님께서 집어 주실 때 바로 알아들을 수 있으려면 공부가 필요합니다. 

 

 

 

 

 결론입니다.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둘 모두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다루는 가는 본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능은 중요합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재능이 있으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그것만 믿고서는 멀리 가기 힘듭니다.

 그리고 재능 있는 사람도 많지만 천재도 있습니다.

 

 재능이 없으면 힘듭니다. 힘든 걸로 끝나면 다행인데 괴롭기까지 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좀먹기도 합니다.

 배로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그것을 인정할 때까지도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그 덕에 쉽게 무너지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부러움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남의 떡을 노려보느니 제 작고 소중한 떡을 조금씩 늘려가는 게 났습니다.

 

 

 재능도 있고 노력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부럽고 또 존경합니다. 옆에서 많이 배우고 싶은 분들입니다.

 

 

 재능 있는 사람은 재능이 없는 사람에 비해 조금 더 쉬울 뿐이지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말아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명 언젠가 올 벽에 대비를 해야 합니다. 멘탈적인 부분이 특히 그렇습니다. (천재를 만나면 답이 없는 걸 알게 됩니다.)

 

 재능이 없는 사람은 이미 성장 과정에서 멘탈이 갈릴 때로 갈리고 빻여서 갈릴 멘탈이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노력은 필수일 뿐입니다. 그리고 너무 자기 자신을 책망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옆에서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멘탈이 털리고 있겠지만, 옆에서 뭐라고 해도 자기만큼은 자신의 편이 되주길 바라겠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동기들에게 '네가 제일 못 하는데, 네가 제일 열심히 해야지 왜 그러고 있냐'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이미 1년 이상을 학원에서 보냈는데, 3개월 다닌 애가 저보다 더 잘 그리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슬럼프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저 말도 그 애가 한 말입니다.

 

 갈린 멘탈 수습하기도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옆에서 저런 말까지 들으니 사람 죽이는 일이었습니다. 이후 주말도 반납하고 노력도 했지만 더 목을 옥죄여 왔습니다. 

 

 노력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떤 노력도 허망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전부 다시 어떠한 형태로든 자기 자신에게 돌아옵니다.

 

 저렇게 노력해도 되지 않는 게 부끄러워 노력 안 한 척하고 살았던 적도 있습니다.

 노력을 안 했으니까 못 하는 거야라고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중학생 때 들었던 말은, 고등학생 때도 동기들에게 거의 똑같이 들었습니다. 너는 왜 열심히 안 하냐고.

 지금 변명을 해보자면, 열심히 해서 성과가 보인다면 열심히 할 텐데, 열심히 해도 성과가 없으니 더 이상 열심히 하기 싫어졌을 때였습니다.

 

 다른 일도 그만큼 열심히 해보라고 하면 그렇게 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저만큼 열심히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림만 그리고 살아서 몰랐지만 다른 쪽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연말이 되고 또 이런 글을 쓰니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고3, 제야의 종소리는 혼자서 캄캄한 미술학원에서 들었습니다. 미대는 수능이 끝나면 시작입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다군' 입시전형까지 모두 마치니 2월 14일이었고, 그것도 모르고 수험표를 갖고 한 번이라도 할인을 받고 싶어서 친구와 함께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는 개봉하고 끝물이라서 사람이 별로 없었고 저랑 친구는 신나서 가운데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상한 점은 커플들이 많았고 다들 사이드 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영화는 재밌게 봤지만 친구랑 저는 극장 안의 상황이 이상해서 한 동안 이해를 못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잊으신 분들을 위해 한 마디 하면, 2월 14일은 발렌타..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청춘조소과> 후기 및 미대 출신이 본 이야기_링크 (tistory.com)

 

<청춘조소과> 후기 및 미대 출신이 본 이야기_링크

*업데이트 순서대로 올렸습니다.  제목을 클릭하시면 해당 링크로 이동합니다. (업데이트 중) <청춘조소과> (아빙본사단신 我凭本事单身) 1편을 보고 (tistory.com) <청춘조소과> (아빙본사단신 我凭

onion7321.tistory.com

 

 

 번외)

 

 

 왜 남의 실기실에서 과자 까먹는게

불편한 건 나 혼자인가..?

 

 

 

 

 

아니 누가 실기실에서

흰 신발을 신고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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