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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 잉크를 다른 펜에_롤러볼펜, 카랏포펜(엠프티펜) 본문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만년필을 쓰다 보면 생각했던 색상과 달라 쓰기 싫어진 잉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소분해서 당근ㅁㅋ에 올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것도 번거로운 일입니다. 혹은 잉크가 너무 오래돼서 팔 수도 없거나 혹은 그냥 버리기에도 아깝습니다. 그렇다고 만년필에 넣어서 쓰기도 찝찝합니다.
그런 복잡한 이유들을 가지신 분들을 위해 이번 글을 씁니다.
롤러볼펜과 카랏포펜(엠프티펜)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겠습니다.
롤러볼펜은 사진에서 잘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안에 컨버터가 있습니다. 그곳에 만년필 잉크를 넣어 사용합니다.
카랏포펜은 (엠프티펜이라고도 하는데, 이하 카랏포펜.) 안에 있는 팁*에 잉크를 채워서(병에 팁을 꽂으면 잉크가 따라 올라옴) 사용합니다.
*팁 : 형광펜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안에 들어가 있는 것.(사진에는 잉크가 채워져 있어 잉크 색깔.)
(좌부터 퀑크, Supernatural, Pink, 써니 오렌지, 블루 블랙 : 잉크 정보는 아래 링크)
-읽고 오시면 더 좋습니다-혹은 이 페이지를 다 읽으시고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만년필 잉크 소개_갖고있는 잉크들_②국산 잉크 (tistory.com)
만년필 잉크 소개_갖고있는 잉크들_③ 외제 잉크 (tistory.com)
만년필 잉크 소개_갖고있는 잉크들_④ 중국제 잉크 (tistory.com)
이제 두 펜에 대해서 어떠한지 아셨으니, 조금 자세히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써본 롤러볼펜은
제이허빈(프랑스), de Libris(아마 일제), 카키모리 (일제), 중국제(어디 거인지 모르겠음)입니다.
사진에 중국제가 없으므로 먼저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롤러볼펜의 단점이기도 합니다.
이 펜은 사용하면서 여럿 버렸습니다. 그중에 남은 펜들이 이 세 개입니다. 처음으로 산건 제이허빈이고, 가장 나중에 산 것은 카키모리입니다.
중국제가 없는 이유이자 롤러볼펜의 단점은 바로 "막힌다."입니다.
무슨 이야기냐고 하실 겁니다. 자주 써주지 않으면 만년필도 막히긴 하지만 그래도 잘 헹궈주거나 관리를 하면 다시 잘 나옵니다. 하지만 롤러볼펜은 막히면 답이 없습니다. 그냥 안 나옵니다. 따뜻한 물로 담가도 봤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중국제는 그렇게 막히게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미 롤러볼펜을 써본 이력이 있어서 싼 맛은 있지만, 질이 딱히 좋지 않아 그냥 버렸습니다.
처음으로 샀던 제이허빈은 잘 모를 때라, 포토 블랙 (Photo Black, 링크: 잉크_국산 참조)을 넣었는데, 이 잉크가 퍼머넌트 Permanent 계열이라 처음엔 잘 나오더니 잘 안 쓰니까 막혔습니다. 그렇게 버렸습니다.
제이허빈과 함께 중국제 몇 개를 더해 아마 그렇게 버리게 된 것이 적어도 5개는 되는 것 같습니다. (아.. 내 돈..)
그렇게 버려가면서 깨닫게 된 것이 있어 팁을 드리자면,
1. 피그먼트 계열은 피하자.
2. 자주 쓰자.
3. 흐름이 좋은 잉크를 쓰자.
1. 위에서 이야기했듯, 그렇게 버렸습니다.
2. 자주 안 써서 막혀 버리게 됐습니다. 이것은 흐름이 좋은 잉크를 썼는데도 중국제는 그렇게 막혀서 가셨습니다.
(제이허빈이나 de Libris는 중국제만큼 안 썼는데도 나옵니다. 그래도 불안하니 자주 써주는 게 좋습니다.)
3. 제이허빈에 '곤명'(昆明, 링크: 잉크_중국제 참조)을 넣은 적이 있었습니다. 약간 물탄 느낌의 색깔인 것은 맞지만 또 이상하게 잉크의 흐름이 다른 잉크보다 조금 꾸덕(?)합니다. 예상하시는 대로 그렇게 가셨습니다.
결론 : 잉크를 많이 가리니 신중히 생각하고 사자.
그리고 이것은 그래도 이 팁으로 해결이 가능한 범위의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점이 또 있습니다. 이것이 단점으로 생각한다면 단점이고 장점(???)으로 생각한다면 장점일 수 있겠습니다.
-색이 섞인다.
무슨 말이냐면, 만년필처럼 색상을 바꾸고 싶을 때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보통의 만년필의 경우엔 물로 세척을 해서 피드 내부까지 잘 세척해서 말리면 됩니다. 하지만, 롤러볼은 아무리 닦아도 청소가 잘 되지 않습니다.
결국은 새로운 잉크를 넣으면 기존 잉크가 좀 나오다가 점점 새 잉크가 밀려오면서 섞이게 되고, 그러다가 결국은 새로 넣은 잉크가 나옵니다. 이게 왜 장점이냐면,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이긴 하지만, 드로잉을 할 때 이 섞인 색의 오묘한 느낌이 꽤 재밌기 때문입니다. (엄청 주관적)
현재 제이허빈에는 '애플그린(잉크_중국 참조)' de Libris에는 'Apache Sunset(잉크_외제 참조)'가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제이허빈에는 '블루 (링크: 잉크_중국)'가 들어가 있고, de Libris에는 '브라운(링크: 잉크_중국)'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본 색이 나오는 것 같긴 한데, 여전히 조금 섞인 듯한 느낌이 드는 색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컨버터를 잘 닦았어도 볼에 묻어있던 잉크들이 조금씩 새어(?) 나가서 컨버터에 있는 잉크와도 조금씩 섞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애플그린'도 'Apache Sunset' 원래의 색상과 살짝 다른 색으로 나옵니다.
단점부터 말씀드렸지만, 장점도 있습니다.
일단 잉크가 시원하게 나오다 보니 쓰기 편합니다. 볼펜 형태라서 드로잉 할 때도 자유로운 곡선이 나와 좋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사고 버려가면서 이것을 계속 샀던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잉크는 빨리 쓰고 싶으니 드로잉을 해가며 빨리 쓰자!)(필기는 한계가 있으니까)
저와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냥 호기심으로 한 자루 사보는 것은 괜찮지만, 여기에 많은 지출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마이너 한 펜이라서 후기가 많지 않습니다...(이상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의 미)
회사별로 특징을 잠깐 말씀을 드리자면,
제이허빈과 de Libris는 거의 비슷합니다. 외관부터 쓰는 느낌까지(펜의 볼 굴러가는 느낌). 상당히 닮았습니다. 게다가 쓸 때, 볼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것마저 둘이 닮았습니다. 이게 신경 쓰이는 분들이라면 둘 다 추천하지 않겠습니다.
중국제가 이런 점에선 오히려 더 괜찮았던 거 같지만 생각보다 너무 뚱뚱해서 자리 차지하고, 필기감이 위 두 개보다 떨어져서 그렇게 추천하진 않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잘 막혔던 것도 있으니...(이하 생략)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제이허빈 롤러볼펜 모델은 작습니다. 작은 펜으로만 팔고 큰 펜으로는 팔지 않습니다. 사진 속에 있는 펜은 큰 펜입니다. 어떻게 아냐면... 작은 모델도 사본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큰 거는 직구...)
카키모리가 가장 비쌌지만, 그 비싼 값하는 가장 우수한 롤러볼펜이 아닐까 합니다. 솔직히 한 자루 더 살까? 하고 망설였습니다. 지금 제가 갖고 있는 블랙 모델이 더 비싸고 저것보다 조금 더 가격이 떨어지는 (조금 뚱뚱하고)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롤러볼펜이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필기감이 우수하니 추천하겠습니다.
카기모리는 예전부터 조금 듣긴 했던 브랜드이긴 하지만, 예전에 올렸던, 이시국 문구류 소개 유튭어_しーSa.. (tistory.com)이 글의 유튜버가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유튭에서 소개한 것은 제가 방금 이야기한 투명한 모델을 소개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해당 유튜버의 검색창에 kakimori라고만 쳐도 바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 투명한 모델을 시필할 기회가 있어서 해봤고, 블랙 모델은 당시 없어서 그냥 질른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투명한 모델은 그립감이 좋고 잘 나오며 필기감도 정말 좋습니다. 투명한 것도 만족스럽지만, 블랙 모델은 알루미늄으로 되어있어 좀 더 가볍고 튼튼합니다. 마찬가지로 필기감이 좋습니다. 정말 부드럽게 나옵니다.
위에 있는 세 개의 모델(제이허빈, de Libris, 중국제)을 썼다 보니, 비교할 대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을 처음 써 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아, 롤러볼펜이 이렇게 부드럽게도 나올 수 있는 거구나!' 꽤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것은 0.5이고, 0.7도 있습니다. (0.7은 설명에 드로잉용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정말 자주 쓰고 싶어지는 펜입니다. '잉크 이야기_시리즈 (위 링크 참조)'를 하면서 언급했지만, 현재 'Apricot Tea' 색이 들어가 있고, 다 쓰면 후에 '북한산'색으로 바꿀까 생각 중입니다.
Apricot Tea는 같은 회사에서 나온 것이라 막힐 걱정 없이 안심되지만 (하지만 자주 쓰라고 명시되어있음), 북한산 색은 조금 두근두근합니다. 하지만 다 쓸려면 한 참 멀었으니. 아직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장점: 만년필 잉크로 자유로운 선의 드로잉이 가능함. 만년필 잉크를 볼펜처럼 사용할 수 있음
단점: 직구만이 희망. 피그먼트 계열 잉크 쓰면 안 됨.
추천하는 분 : 잉크 놀이하시는 분, 호기심 많으신 분, 만년필 잉크로 드로잉 하시고 싶으신 분
필기감 : 카키모리 > 제이허빈 ≥ de Libris
다음은 카랏포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카랏포펜은 안에 있는 팁에 잉크를 채워서(병에 팁을 꽂으면 잉크가 따라 올라옴) 사용합니다.
현재 제가 알기로, 토노앤림스Tono&Lims와 지그Zig에서 나오고 있고 둘 다 일본 제품입니다. 국산으로는 본 적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카키모리에서도 카라 라이나(컬러 라이너)라는 이름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토노앤림스는 잉크로 유명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나도 갖고 있진 않고, 앞으로도 딱히 살 계획은 없지만, 혹시 모르죠 어느 날 갑자기 혹할지도... 그 정도로 일단 잉크가 이쁘기로 소문난 곳입니다. 그리고 화방에 자주 가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지그Zig의 경우는 마카펜이나 캘리그라피 등의 코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회사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지그Zig쪽이 좀 더 친숙할 수밖에 없는 회사입니다.
토노앤 림스보다는 지그Zig 쪽이 가성비가 좋아서, 또 친숙한 회사다 보니 제가 갖고 있는 것은 지그Zig입니다. 펜의 모습은 마치 싸인펜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불편함 없이 잉크가 잘 나옵니다. 특별하다 싶을 정도의 필기감은 없습니다. 그냥 부드럽게 잘 나옵니다. 하지만 오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한 번 충전하면 생각보다 오래 씁니다.
사진의 Supernatural의 경우에는 한 번 충전 후에 좀 쓰다가 한 번 더 충전해봤는데, 잘 충전되는 거 같습니다. 문제는 뒤 꼭지(?)를 잡아떼는 게 꽤 힘듭니다. 이빨로 물어서 했는데 이가 약하신 분께는 절대 권하지 않겠습니다.
장점이라면 역시 오래된 잉크들을 사용하기 좋다는 점이겠습니다. 딥펜처럼 계속 찍어서 사용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그런 편한 게 장점이겠습니다. 그리고 이 펜은 피그먼트도 상관없이 넣어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갑작스럽게 안 나온다던가 하지 않습니다. 사진엔 없지만, '포토블랙(잉크_ 국산 참조)'도 넣어서 사용하고 있는데, 잘 나옵니다. 이런 피그먼트 계열도 사용이 가능하다 보니, 어반 스케치를 할 때 수채 도구도 챙기셔서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단점으로는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재충전이 어렵다는 점. 할 수는 있지만 권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거의 일회용품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런 거 치고 가격대가 한 자루에 약 3000원이 되는 그렇게 싸다고 볼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물론, 해외 제품이니까 어쩔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요. 위에서 어반 스케치 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럴 바에야 차라리 스테들러에서 나오는 피그먼트 라이너를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더 쌈) 그리고 필사용으로도 추천할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오래 쓰기엔 맛들 릴 수 없는 필기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추천하는 분
만년필에 넣고 싶진 않은 잉크를 소진시키고 싶으신 분
만년필에 넣을 수 없는 오래된 잉크를 처리하고 싶으신 분
만년필에 부담스러운 피그먼트(안료) 계열의 잉크를 처리넣고 싶으신 분
롤러볼펜도 카랏포펜도 나름의 장점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잘 살피셔서, 자신의 상황에 맞춰 좋은 펜을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솔직히 둘 다 안 사는 게 돈 아끼는 거라고 말 못 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만년필(+잉크)과 필기구에 관심있는 분들을 위한 링크정리 (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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