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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박] 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_⑥ 하찮게 귀여워, 그 속의 디테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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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박] 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_⑥ 하찮게 귀여워, 그 속의 디테일

어니언 (국내산) 2021. 10. 1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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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박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비공식 준말입니다. 저로 비롯하여 많은 분들께서 '국박' 혹은 '국중박'이라고 부릅니다.

 

 제 전공은 서양화입니다. 1~5편까지 아는 내용과 약간의 검색등으로 정보전달과 함께 감상을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감상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여기서 아무리 감상을 이야기 한다 한들 실제 보러 가시는 것을 더 추천드리겠습니다.


 이전 글:

 

[국박] 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_⑤ 어떤 마음으로 만들었을까? (tistory.com)


 

 

 

 박물관 내 설명]

 

 토우 장식 그릇 받침

 삼국시대 4-5세기
 점토

 

 눈길을 끄는 다양한 토우 장식
 토우는 말 탄 사람, 남성과 여성, 서있는 토끼, 뱀, 개구리 등 다양하며, 정감 어린모습이다. 그릇 받침대 전면에 덮인 자연 유의 광택과 다양한 토우, 장식적인 구멍과 무늬 등이 어우러져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준다.

 

 

 

 

 

 보면서 개인적으로 귀엽고 재밌다고 생각했던 작품입니다. 윗단의 토우들은 마치 말을 탄사람이 뱀을 보고, 뱀은 개구리를 잡으러 가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랫단에는 오소리가 토끼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사실 오소리가 아니라 몽구스인줄 알았는데, 설명에 오소리라고 되어있습니다. (저렇게 긴 꼬리 오소리가 있나?)

  (처음 봤었을 때) 몽구스와 토끼는 뱀과 개구리 같은 관계라서 토끼가 도망치는 게 아닌가 했습니다.     

 

 

 탈토脫兔가 떠오르는 듯한 서둘러 도망가는 토끼의 표정... 땀방울 몇 개 그려주면 좋을 거 같은 이미지랄까... 오소리라면 친구니까 같이 굴에 들어가려고 하는 걸까요?

 이 유물을 보며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이런 그릇 받침을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이야깃거리를 표현한 게 아닌가 하고 상상해봤습니다.

 

 삼국시대에도 분명 전례 동화 같은 게 있었을 것이고, 혹은 지금은 전해지지 않은 사자성어의 유례와 같은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봅니다.

 

 이렇게 귀여움에도 보시는 바와같이 토끼의 눈과 귀에 대한 묘사, 털을 표현한 모습. 대충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이렇게 숨은 디테일들이 많았습니다. 

 

 

 

 몽구스 처럼 보이는 오소리도 얼굴의 형태, 귀의 형태가 있으며, 또 걷는 모습도 재현해 낸 느낌이 듭니다.

 

 아쉽게도 얼굴이 보이지 않는 각도라서 잘 볼 순 없지만 모양을 잡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꼬리 역시 굵다가 얇게 빠지는 것이 대충 만든 것처럼 보여도 디테일들이 숨어 있습니다.

 

 

 

 

 

 

 

 

 여기서도 보시면 아시다시피 뱀의 기어 나니면서 나는 피부(?) 표현을 함과 동시에 마치 먹이를 향해 가는 입이 매력적입니다. 또한 딱 봐도 개구리임을 알 수 있는 형태로, 특히 얼굴에서 눈과 입에서 등으로 넘어가는 그 선이 매우 개구리스럽습니다. 개구리의 다리 형태가 잘 보이지 않지만, 막 뛰려고 힘을 준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뱀은 막 먹으려고 입을 벌리고 있고 개구리는 그전에 막 도망가려는 찰나의 모습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상상해봅니다.

 

  토기 자체에도 무늬를 새겨놓았습니다. 모든 칸(?)마다 새기지 않아 더 눈에 띄고 구도랄까, 만든 이의 조형에 대한 생각이 느껴집니다.  

 

 그림도 그렇지만 무엇이든 가감加減이 중요합니다. 어디를 어떻게 꾸밀 것인지 말 것인지. 모든 칸(?)에 무늬를 넣었다면 지저분해지고 말을 탄 사람, 뱀, 개구리 등 이런 재미난 요소를 해쳤을 것입니다.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아 사진을 밝게 해 봤습니다. 지친 것인지 혹은 뱀의 꼬리를 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표정이 있어보입니다. 그리고 말의 갈기의 형태도 보입니다. 사람도 그림자의 위치를 미루어보아 뾰족한 도구를 사용해 눈과 입을 표현한 흔적이 보이는 듯합니다. 그것 외에도 사람이 입고 있는 옷과 모자에도 표현한 흔적들이 있습니다. 

 

 

 

 

 

 

 

 

 박물관 내 설명]

 

 토우 장식 그릇 받침

 

 삼국시대 5세기 중반
 점토

 

  조형미가 돋보이는 토기
 항아리를 받치는 데 사용한 받침대로 동물 모양 토우가 붙어 있다. 사슴과 말 모양의 토우 장식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받침대에는 여러 개의 창이 뚫려 있고 전체적으로 격자무늬와 물결무늬로 장식되어 조형미가 돋보이는 토기이다. 토기 전면에 자연 유약이 덮여있어 연한 광택이 난다.

 

 

 

 

 

 여기서의 말이 진짜 하찮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그럼에도 말의 얼굴, 특히 눈에서 디테일을 느낄 수 있습니다.  

관내 설명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전체적으로 격자무늬와 물결무늬로 장식에서도 그 디테일을 볼 수가 있습니다. 

 

 여기서도 토기에 무늬가 있습니다. 위의 토기와 다르게 오히려 여기선 무늬를 다르게 해서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위의 토기는 무언가의 이야기성이 있었기 때문에 무늬가 칸칸이 있었으면 내용을 해쳤을 거라고 했습니다.

 

 여기서는 말이라는 똑같은 개체가 둘러 놓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가 있다고 보기엔 어려운, 장식적인 요소가 더 강해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짝 무료한 감이 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가는 토기 자체의 무늬들을 칸(?)마다 무늬를 다르게 해 그런 지루한 감을 없앴습니다. 선조의 탁월한 센스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박물관 내 설명]

 

 뿔잔과 배 모양 받침

 

 삼국시대 5세기 중반-6세기 중반
 점토

 

 조형미가 뛰어난 토기
 뿔잔을 배 모양 받침대에 올려놓은 특이한 토기이다. 한쪽 옆면만 만든 배는 여러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고, 하트 모양 장식도 달려 있다. 배 아래쪽에 있는 타원형 구멍 3개에 뿔잔 3개를 각각 꽂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 모양 받침과 뿔잔, 굽다리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조형미가 뛰어나다.

 

 

 

 

 

 

 관내에 설명이 되어있는 배 아래쪽에 있는 구멍 3개가 재밌습니다. 분명 술자리도 유쾌하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지금 보이는 모습은 마치 건너편에서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같습니다. 

 

 제 쪽에 자리가 되어있다면 제 앞에는 배 뒤편과 둥그스름한 모습에 구멍이 잘 보였을 겁니다.

 마치 어느 아이스크림 광고처럼 골라먹는 재미가 있듯이, 뽑아 먹는 재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니면 혹여 타인의 취향을 전부 알 순 없으니 대접할 술들의 종류가 넉넉히 있었다면, 3종류의 술을 다르게 해서 대접해서 원하는 취향의 술을 대접했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봅니다.

 또는 나오는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술을 놨을까요? 마치 서양의 코스요리처럼 말입니다. 어느 쪽이든, 그야말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었지 않았을까 상상해봅니다.

 

 

 이 유물이 삼국시대이니 어느 곳의 것인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신라시대 때도' 주령구'라고 하는 주사위를 던져 술 게임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분명 그 이전 시대에도 술 게임과 유사한 어떤 것들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해봅니다.

 

 '주령구'에 있는 내용 중, "삼잔일거 (술 석잔 원샷)", "양잔즉방 (술 2잔 한 번에 비우기)" 같은 게 있으니 석 잔을 꽃을 수 있는 비밀은 이거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한민족의 조상님 답게 분명 술을 많이 마셨을 거라 상상이 됩니다. 3잔이나 꽃을 수 있게 하는 것은, 특히 많은 사람들을 술자리에 불러 대접할 때 술이 끊이지 않게 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봅니다.

 

 음식을 내주고 술을 따라주는 시중들의 수는 분명 한정적이었을 겁니다. 한 번에 많은 사람들을 감당할 순 없으니 석잔을 준비해 한 번에 채워주지 않았을까 상상해 봅니다. 그렇게 되면 한번에 감당해야 할 양이 줄 테니까요.

 

 

 

 

 

 

 이 배 모양의 받침대는 투박하게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그 디테일이 뛰어납니다. 하나하나 무늬를 넣어 만들어진 게 상당히 손이 많이 갔다는 게 보입니다. 장식과 조형미가 보이는 유물입니다.  

 

 

 

 

 

 

 박물관 내 설명]

 

 말 모양 장식 받침의 뿔잔

 가야 5세기 전반
 점토

 

 삼국시대 말갖춤을 보여주는 토기
 뿔잔을 말 위에 얹어 놓은 토기는 주로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다. 말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는데, 재갈을 물렸고 콧등에 얹은 굴레도 확인된다. 배 부분에는 작은 판이 보이는데, 이는 말이 달릴 때 흙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한 말다래이다. 말의 동그란 눈과 벌어진 콧구멍에서 씩씩한 생동감을 준다. 말과 뿔잔, 받침이 잘 어우러져 절묘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이 말 또한 하찮고 귀엽게 생긴...ㅎ

 

 

 위의 관내 설명에 언급되어있는 것처럼 말의 동그란 눈과 콧구멍의 표현으로 씩씩하게 재갈을 물은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역시 말의 안장에 그려진 표현이나 재갈에도 물은 디테일이 있습니다.  입에 물린 제갈이 양갈래로 갈려져 콧구멍 위로 있는 부분은 소실되어 보입니다. (흔적이 있어 보임) 

 

 

 

 

 개인적으로는 이 콧구멍이 신경 쓰입니다. 

 

 콧구멍이 약간 다른 모양인데, 왼쪽 콧구멍은 물방울무늬이고 오른쪽 콧구멍은 역 물방울 형입니다.

 

 찌르기 방향이나 다른 요인으로 이렇게 되는데... 찰흙이나 이런 같은 점토류를 만진 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박물관 내 설명]

 

 배 모양 토기

 가야 4세기 후반-5세기 전반
 점토

 

 삼국시대 배의 모습을 담은 토기
 배 모양 토기는 주로 낙동강과 해안가 주변에서 출토된다. 이 토기는 배 측면에 수레바퀴를 붙였는데, 배와 수레바퀴가 결합된 토기는 매우 드물다. 배의 세부 요소를 자세히 표현했다. 뱃머리는 뾰족하게 하고 배꼬리에는 가로지른 판이 달려 있다. 고리모양의 노걸이도 있다. 당시 배 모양을 짐작할 수 있어 가치가 높다.

 

 

 

 

 

 이 유물도 위 작품들과 같이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 중 가장 모양이 잘 잡혀있는 토기이지 않나 싶습니다. 하찮아 보이는 요소도 없고, 오히려 디테일, 그리고 묘사와 표현이 가장 뛰어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이렇게 만들 수 있음에도 위에 처럼 일부로 만들었다는 생각.

 두 번째는 견습과 장인이 만든 걸로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견습이 만들었다면 지금까지 저렇게 제대로 남아있긴 힘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유물이 무덤에서 출토되었다면 더욱 그렇고 어떤 터에서 발견된 것이라면 이것 말고도 조각으로 깨져 발견된 유물들도 발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이지만, 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 본건데, 위 말 모양 장식 받침의 뿔잔의 말이 모티브인가 할정도로 뭔가 닮았습니다.

 

 현대적 해석의 귀요미 말. (가격은 안 귀엽지만 말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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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박] 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_⑦ 수월관음도_마지막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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