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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보니 다시 느껴지는 소설의 첫 문장들③_가와바타 야스나리 _<설국>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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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보니 다시 느껴지는 소설의 첫 문장들③_가와바타 야스나리 _<설국>

어니언 (국내산) 2021. 8. 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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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쓴 글들은 감동받았거나, 혹은 그 문장에 '모든 스토리가 담겨있었다'라는 느낌을 받은 것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좀 다릅니다. 이번 글의 주제를 표현한다면 "낚였다."입니다.

 

 

国境の長いトンネルを抜けると雪国であった。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설국>

 

 

 읽은지는 약 한 14년쯤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이 책을 그렇게 재밌게 읽지 않았기 때문에 내용이 정확하게 나진 않습니다. 하지만 '낚였다'라는 단어에서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책을 고를 때, 각자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엔 느낌적 느낌으로 뭔가 제목이 재밌어 보인다던가, 아니면 어디서 소개하는 글을 보고 관심이 갔다던가 아니면 정말 충동구매라든가 그런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습니다.

 <설국>의 경우는 그런 이유들과 달리 조금 특이한 이유였습니다. 이 책은 이미 첫 문장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유려한 저 첫 문장에 마음을 뺏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꼭 책을 읽어야지 하고 줄거리도 찾아보지 않은 채 언젠가 읽기를 벼르고 있었습니다.

 뭔가 시작부터 끌어당기는 저 이야기는 도대체 어떤 것이 숨어있나하고 꽤나 기대했습니다. 이야기의 아름다움이나 혹은 문장의 아름다움 등을 기대가 커졌고 책을 읽는 순간 실망했습니다.

 

 문장의 아름다움이 기대감을 너무 키웠던 것일까. 한국의 정서와 일본의 정서가 맞지 않았기 때문일까. 놈팽이 같은 주인공이 퍽 맘에 들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모가 주신 유산으로 유곽 같은 곳에서 들락날락하면서 성적 욕구를 표현하고 그러면서 지가 뭐라고 무용(예술)에 대해 평합니다. 여러 가지 저급한 것들을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과 경치나 서정적인 문체로 표현해 기분이 나빴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중간중간 문장 자체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았으나 이런 개떡 같은 내용에 왜 이런 문장이...?라는 기분이 꽤 느껴졌었습니다. 

 주인공의 표현 방식도 생활 방식도 그리고 그가 기생들과 하는 대화에 이해도 안 가는 것은 기본이고 감정이입은 더욱 안 되었습니다. 책을 덮을 때 쯤엔 '내가 뭘 읽은 거지??' 하면서 일본 소설 특유의 찝찝한 끝맺음에 허무함과 분노가 났습니다. 특히 이때는 일본 문학을 많이 접하지 않던 시기라서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낚였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일본 문학을 폄하 하려는게 아니라 제가 이제까지 보고 접하고 느낀, 일본 예술 혹은 일본 인의 문화에서 보면 겉으로는 화려하고 포장은 기깔나게 했는데 속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질소를 샀는데 과자가 있는 기분.

 속이 없다는 말은 그야말로 '내용이 없다'라는 것입니다. 모든 일본 문학을 읽어 본 건 아니지만 특히 현대로 올 수록 뭘 말하고 싶은걸까 싶은 게 많습니다.

 

 

 소설가 김영하가 <알쓸신잡>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신의 글은 숨기는 게 없다. (소설은) 그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갖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가면 된다'

 

 <알쓸신잡>을 본지 오래되서 정확하진 않지만 기억하는 것이 맞다면, 그의 말대로 <설국>역시 갖가지 감정들을 느끼고 가면 될 노릇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왜 뭐가 있는 것처럼 포장해서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포장지는 추석 선물 세트처럼 해놓고, 까 보니까 10원짜리 사탕 하나 없어서 엄청 속은 기분입니다. 유려하고 허울 좋은 말로 감탄이 나올 정도인데 내용이 없어서 마치 꾼같이 보입니다. 그럼 소설이 재미라도 있어서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해서 정말 롤러코스터라도 태웠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습니다. 라이트 노벨을 읽는게 낫겠다.

 

 제 아무리 노벨 문학상을 탔다고 해서 제가 다 마음에 들 수도 없고 문학의 깊이가 얕아 모두 이해할 수도 없는 것은 인정합니다. 노력은 해봤지만 취향에 맞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다르게 <설국>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글만 읽지 마시고, 좀 더 다양한 견해들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엮인 글:

<설국>과 라노벨_포장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 (tistory.com)

 

<설국>과 라노벨_포장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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