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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과 라노벨_포장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

어니언 (국내산) 2021. 8. 1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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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고 보니 다시 느껴지는 소설의 첫 문장들③_가와바타 야스나리 _<설국> (tistory.com)

 

 이 글을 쓰면서 아래와 같은 문장을 적으며 생각나서 씁니다.

 

 그럼 소설이 재미라도 있어서 사람의 감정을 쥐락펴락해서 정말 롤러코스터라도 태웠다면 좋겠지만, 그런 것도 없습니다. 라이트 노벨을 읽는 게 낫겠다.

 

 이번 이야기는, <설국>을 얼마나 별로라고 생각했으면 '취소선'까지 쓰면서 저 말을 붙였을까에 대한 변명 같은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제가 라노벨을 읽었던 건 저 책을 읽던 당시와 비슷하거나 좀 더 오래되었던 거 같습니다. 저 당시에는 어찌 보면 정말 이런저런 책들을 꽤 많이 읽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많이는 아니었지만 철학 책, 고전, 소설, 잡지 할 것 없이 다양하게 읽던 시절이었습니다. 그중 라노벨도 들어갑니다.

 

 먼저 라노벨을 모르는 분들에게 간단히 이야기를 드리자면, 라이트 노벨의 줄임말입니다. 다른 말로는 NT소설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여기서 NT는 NewType의 약자로, NewType은 애니메이션들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실만한 잡지입니다. 애니메이션과 관련 없는 분들께 쉽게 표현하자면, 그리고 욕먹을 표현으로 말하자면, 라이트 노벨은 오타쿠 문학입니다. 하지만 보통 장르 문학이라고 불립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를 잘 안 보고 있지만, 저도 오타쿠였고, 맞습니다.

 "탈덕은 없어도 휴덕은 없다."처럼, 덕질의 대상이 변할 뿐이지 성격이 어디 가진 않는 것 같습니다. 

 

 라노벨은 보통 만화(애니메이션)의 원작이라고 보시면 편하게 이해 되십니다. 가끔 반대로 애니메이션이 소설화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도 이런 장르 문학(라노벨)에 들어갑니다. 

 

 라노벨은 누어서 읽기 시작하면 당시 속도로 빠르면 4~50분, 보통 1시간 정도면 다 읽었고, 조금 분량이 두꺼운 것은 1시간에서 약 2시간, 중간에 조금 지루하다 싶으면 2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히 다 읽을 정도로 대부분 책이 얇은 축에 속하고 내용이 쉽습니다. 책에 따라 조금 다르겠지만 보통 생각하지 않고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철학이나 고전에 비하면... 당연히...)

 

 어떻게 보면 이게 라노벨의 장점입니다. 재미 위주의 소설이기 때문에 몰입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며, 또 쉽습니다. 그리고 오덕이다 보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한다면 원작을 보고(읽고)싶기도 하기 때문에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대로 책을 읽다가 궁금해서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요즘은 웹툰이나 소설 등이 영화, 드라마, 웹 드라마로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 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런 문학에 잘 빠져들 수 있는지에 대한 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설국>과 라노벨을 비교하며 이야기한다는 것 차체가 어떤 이에게는 어이없이, 또는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 문학과 장르 문학(라노벨)에 대해서는 확실히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순수 예술(서양화) 전공자로서 이런 말을 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변명도 하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예술은 하나의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무엇을 담느냐'입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은지 아니면 어떤 감정을 주고(느끼게 해 주고) 싶은지. 아니면 이 그릇에 공(空)을 담을 수도 있을 겁니다. 그것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술'이라는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포장은 처음 봤을 때의 느낌 그리고 그릇의 종류, 무늬, 색깔 등으로 생각하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

 

 음식을 담을 때도 어떤 그릇을 쓰느냐에 따라 먹음직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또 아니기도 합니다. 음식(내용)을 먹기 전에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시각 적인 것이기 때문에, 맛(내용)보다 먼저 겉(포장)으로 보이는 게 또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이는 겉(포장)과 기대한 맛(내용)이 완전히 다르면 그것 제대로 된 것이 아닌 걸로 생각할 것입니다. 정말 간단하게 빨간색 계열의 음식이 있다고 합시다. 그러면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다르긴 하겠지만, 보통 새콤 달콤한 토마토 계열이나 혹은 김치찌개와 같이 얼큰한 것 또는 매운 것 등 그런 빨간 음식들을 떠올릴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음식을 먹었더니 시금치나 쑥 같은 나물, 채소 맛이 느껴진다면 상당히 배신감이 느껴질 겁니다.  

 

 지금은 순수 문학(<설국>)과 장르 문학(라노벨)을 이야기 하고 있으니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순수 문학은 문학이라는 그릇에 글(문학적)이란 언어로 자기만의 글(표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노벨은 그냥 '재미'입니다. 그외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라노벨의 본질입니다. 메시지도 없고, 설령 있다 해도 그 깊이 얕은 축에 속하며, 감정을 건드리는 것 또한 그저 재미 위주이다 보니 가끔의 슬픔, 가끔의 감동, 가끔의 전율은 있을지 몰라도, 이것의 본질인 '오락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깊이 있는 문장이 나올 리가 만무합니다.

 

 <설국>의 문장은 상당히 아름다운 문장이 몇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내용이 없습니다. 공(空)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없습니다. 허무주의라는 것으로 포장을 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글 전체가 뭘 이야기 하고 싶은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쾌락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삶이 그냥 이런 거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여성 두 명을 마음에 두고 어떻게 해보고 싶어 합니다. 이런 모순은 굉장히 비겁합니다. 코에는 코걸이 귀에는 귀걸이 기분이 들었습니다.

 만약 이런 인간의 이중적 모습 이런 한심한 인간의 양상을 표현하고 싶었다면 제가 이렇게 글을 쓰진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내용물과 다른 포장을 했기 때문에 열 받는 겁니다. 앞서 이야기한 메뉴판에서 소개된 음식과 다른 음식이 나오면 누구라도 배신 당한 느낌과 같은 이치입니다. 유려한 문장 속에 감춰진 내용은 무엇하나 없습니다. 거기서 느껴지는 허탈감과 어이없음을 만약 작가가 노린 것이라면 제가 할 말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냥 어디선가 불현듯 예쁘고 아름다운 문장을 써 놨는데 이걸 사용하고 싶어 그냥 소설 어딘가 껴 넣은 듯한 기분이 다분합니다.

 

 물론 읽은지 너무 오래돼서 제 기억이 왜곡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허무주의에 관한 이야길 읽으려면 <인간실격>이나 니체가 이야기한 허무주의에 대해 알아보거나 혹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 편이 더 유익하다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그냥 대놓고 '오락'을 추구한 라노벨이 더 마음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적어도 포장지와 내용물은 일치하니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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