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lab
작업자 언어 사전_"재미있다" 본문
*상당히 주관적 경험으로 인한 글입니다. 제 개인의 경험적 토대로 쓴 글일 뿐이지, 모두 이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곳(미술 쪽)에서는 보통 '재미있다'라는 단어를 꽤나 많이 쓰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많이 말하는 편이고, 이쪽저쪽에서도 많이 쓰이는 단어라고 생각해서, '재미있다'라는 말을 들고 와 봤다.
우선 '재미있다'라는 말은 국어사전에도 실려있는 말이다.
그렇다. '재미있다'라는 말은 무언가 즐겁고 유쾌한 기분. 신나는 기분과 관련이 있는 단어이다. 그러나 작업하는 사람들은 '재밌다'라는 단어를 그렇게 쓰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는 fun과 가깝지만, 작업하는 사람들에게는 intersting에 가까운 의미로 쓰인다.
예시로 누군가의 작업, 작품을 보고 "재밌다"라고 쓴다. 여기서는 뉘앙스도 중요하다.
참고로 작품은 작업이 완성된 것이고, 작업은 행위로 생각하면 편하다. 작업 중, 작업하고 있어, 작업했어 처럼 쓰인다. 또한 작품이라는 단어도 쓰긴 쓰지만 '작업한 거'라고 쓰이기도 한다.
그럼 뉘앙스에 대해 알아보자
1. 진짜로 재밌어서 쓰는 경우 : 작품(작업)이 너무 참신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업의 경우 앞으로(완성)가 너무 기대돼서 쓰이기도 함.
2. 흥미로운 경우 : 작품(작업)이 이해가 조금 힘들지만 계속 생각하게 해서 계속 관심 있게 보게끔 만듦.
혹은 내용이든 소재(재료)든 무언가 하나라도 호기심을 이끌어냄.
그런 여러 가지 매력이 보일 때 쓰임.
3. 보통 : 작품(작업)이 이해가 가능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작업을 풀어가는 참신도가 많이 떨어지지는 편.
완성된 경우엔 다음 작품이 궁금한(기대가 되는) 수준. 작업 중이면 완성된 모습이 기대가 되는 편.
4. 그냥 : 친하지 아니하거나, 나이적 거리가 있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사용되는 예의적 말.
혹은 습관적 말버릇. 작품(작업)이 상당히 평범할 경우 쓰임.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를 하자면,
1. 진짜로 재밌어서 쓰는 경우에는 일단 사람이 적어도 최소의 흥분이 되어있는 상태에서 말한다. 정말로 작품(작업)이 너무 참신하고 흥미로와서 주체가 안 되는 경우다. 아직 작업 중에 이런 말을 들었다면 작품의 완성이 너무 기대되는 의미이다. 마치 드라마, 혹은 만화가 한창 재미있을 때 끊기는 느낌과 흡사하다. 빨리 다음 화를 보고 싶은 그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대학생 때 교수님께서 내 작품을 보고 이런 태도를 보여주셨을 때, 앞에서는 덤덤한 태도를 취했지만 솔직히 감사했고, 기분이 진짜 좋았다.
2. 흥미로운 경우에는 작품(작업)의 내용을 꼬여놓았든 혹은 작업자도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을 했든 어쨌든 그것을 보는 사람이 내용이 이해 잘 되지는 않지만 작품을 계속 해석하고자 하는 어느 정도의 실마리가 있어 계속 관심 있게 보게끔 만든다. 혹은 소재(재료)가 궁금해서 알아내기 위해 호기심이 생겨난 경우다. 동시대 예술, 현재 미술들은 작품의 재료들이 다양하다. 정말 뭐든 쓸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다. 1차원 적으로 생각하면 '이 재료가 무엇일까?'라는 호기심. 조금 더 들어가면, '이런 재료를 쓴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작업을 했을까'와 같은 재료에 관한 소재와 재료에 대한 해석을 머릿속에서 풀가동이 되는 경우다. 결국은 내용이든 소재(재료)든 계속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을 때 쓴다.
마찬가지로 대학생 때, 독특한 소재로 작업을 한 적이 있어 교수님들께서 관심을 주신 작업도 몇 있다. 그 관심 역시 감사할 뿐. 그렇지만 1번의 경우보다는 그리 기쁘진 않다.
3. 보통의 경우에는 작품(작업)이 이해가 가능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한눈에 뭘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다만 혹시나 하고 무엇이 더 있는지 궁금해서 궁금증이 생기거나 혹은 작업 중이라면 질문할 수도 있다. 혹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작업을 풀어가는 능력(?) 혹은 참 신도가 떨어져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이 작품을 완성하고 나면 어느 정도의 성장 가능성이 보여 그다음 작품이 그래도 기대가 되는 수준 정도. 혹은 작업 중이면 아직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그동안의 성장이 기대가 되는 수준이다. 이 경우 교수님들은 좀 더 힘내자는 식으로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다.
대학생 때, 계획서를 냈지만 솔직히 그다지 할 생각이 없었던 작품이 있었다. 이미 당시 나는 내 할당치(?)의 작업을 충분히 하고 있었고 끝냈기 때문에 더 이상 늘릴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교수님들이 계획서를 보고 너무 좋다며 응원하기 시작. (이게 아닌데) 결국 어쩔 수 없이 했는데, 당연히 마음이 가지 않아서 대충 했고 과정 중의 하나를 보여드렸지만 실망하심. 사실 이걸로 그냥 하지 말자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러나 교수님들은 포기하지 않으셨다. 아이디어가 좋다며 계속 열심히 해보자고 하셨다. 결국 내가 졌고, 오히려 내가 닦달하여 주말까지 교수님께 메일까지 보내며 컨펌받았다. 결론적으로 작업은 나름 나쁘지 않았다. 만족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당시 나의 최선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는 작품이었다.
4. 그냥으로 나오는 말이다. 이 경우에는 보통 완성된 것을 보고 하는 말보다 작업 중일 때 쓰일 가능성이 많은 말이다. 인사치레 정도로 하는 말 정도로, 그냥 예의로 하는 말이 되겠다. (잘 생겨졌다, 살 빠졌다와 같은 그런 말). 혹은 습관적 말버릇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작품(작업)이 상당히 평범할 경우 쓰이는데, 솔직히 할 말이 없어서 사용하는 정도. 사실 진짜 안 친하면 말도 안 걸지만, 궁금해서 질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형편없어서 할 말이 사라져 사용되기도 한다. 아니면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를 때도 쓰인다.
마찬가지로 학생 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이상한 뻘 짓으로 한 작업을 했던 작품(?)들은 이런 소리를 들어봤던 거 같다. 여기서의 '여러 가지 이유'는 작업하기 싫었던 적도 있고, 그냥 실험해보고 싶었던가, 그냥 무작정 해보는 그런 충동적인 것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충동적으로 하는 작업은 그렇게 잘 맞지 않았다. 실패의 확률이 조금 더 컸다.
엄청난 사족이지만, 여러분이 미술에 대해 관심이 많든 적든, 만약 작업하는 친구(혹은 미대생)가 있다면 "멋지다"와 같은 칭찬의 말 정도로만 이야기하자. 혹은 "신기하다"같은 것도 괜찮다. 하지만 질문은 가급적이면 안 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분은 작업을 한 사람에게서 직접 듣는 게 더 좋으니까 질문하면 안 되나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가급적'이라는 말을 썼다. '절대'는 아니니까. 우선, 제1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작업자는 높은 확률로 어버버일 가능성이 크다. 같은 업계(??)의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하지만, 그것을 쉽게 일반인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하기란 어렵기도 하지만 또 뭔가 익숙지 않아 부끄럽기 때문이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다)
두 번째는 질문의 내용이다. 여러분이 그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면 아마 괜찮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질문이 "이거 어떻게 한 거야?"같은 것이라면... 그 질문엔 정말 할 말이 없다. (뭘 어떻게 해). 이것은 마치 정성 들여서 편지를 썼는데 돌아오는 답장이 "이거 뭘로 썼어?" 하는 기분이다. 물론 그것이 입체 작품이면 궁금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는 여기서 또 발생한다. 이야기를 해도 못 알아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소재를 썼다 하면 작업하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서로 통하지만, 일반인(작업자가 아닌 경우) 설명에 설명에 설명이 들어가 말하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괴롭게 돼버린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질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도 가급적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바로 이런 부분이다. 자신은 궁금하다고 한 질문이, 상대에게는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계속 말해야 하는 느낌밖에 주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삼각함수를 풀고 있는데 그것을 보고 어떤 사람이 와서는 뭐하냐고 묻는다.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 사람은 문제를 보더니 왜 수학에 그림이 있고 영어가 있냐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야 할지 모르는 아득함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을 통해 그 사람의 수학적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지 않는가. 같은 이치라고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다. 그래도 설명해줄 수 있지 않냐 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는 여러분의 질문하는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는 태도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아마 잘 들어준다면, 몇 번이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개인차 있음).
개인적으로 나처럼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도 똑같은 질문을 많이 들어왔다. 그리고 내가 그다지 착하지 않은 것도 한몫 할거 같다. 여러분은 그 사람에게 처음 질문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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