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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의 끝

석고소묘에 대한 짧은 추억과 미대입시에 대한 짧은 소견

어니언 (국내산) 2021. 9. 1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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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을 쓸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 중에 '석고데생'이라는 유입 로그를 봤습니다. 데생과 소묘의 차이는 없습니다. 그래도 궁금하신 분은 하단에 링크 걸겠습니다.

 

 저는 공부를 싫어했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정말 즐거워했습니다. 더 정확히 이야기를 해보자면 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을 좋아했던 쪽이었고 그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잘하든 못하든 어렸을 때는 그것이 중요하진 않았습니다. 중학생 때 쯤 미술학원을 다니며 저에게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그림을 계속했던 이유는 공부도 못하는데 좋아하는 거라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제게 모든 것을 주지 않았습니다. 

 

 가장 못하는 것이 보고 그리는 것인데, 그것이 한국의 미대입시 현실이었습니다. 차라리 외국처럼 포트폴리오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지만, 유학을 생각할 만큼 넓지 않은 사고와 영어를 해야 한다는 암울함으로 생각을 돌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저는 한국 미대입시를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스쳐 지나가는 부숴버리고 싶은 석고상들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추억이라고 제목에 붙여놨지만 저 유입 로그를 보기 전까지 떠올려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로 달갑지 않은 날들입니다.

 

필사적으로 종이의 앞 뒷면을 확인하기 위해 손끝으로 모든 신경을 집중했던 날 들. 심지어 연필로 그어보거나 혀로 느껴보기도 했던 정말 필사적이었던 날 들. 

 

비 오는 날이면 습도로 연필이 종이에 안 먹어서 괴로웠던 날 들. 

 

테스트 보는 날에는 위치가 제발 잘 뽑히길 기도했던 날 들.

 

비율 재는데 수전증 때문에 힘들었던 날 들.

 

좀 더 쓰면 화날 거 같은 일들만 생각나는 건 왜인지 모르겠는 저의 기억들.

 

 아직도 이 입시 전형이 있는 학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하고 있기에 유입 로그에 찍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진짜 안 했으면 좋겠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어떤 애들은 자신의 자리가 안 좋으면 석고상을 외워서 뽑은 위치와 상관없는 그림을 그려내는 고인물들도 많았던 게 이 시험입니다. 

 석고 정물은 조금 예상치 못하는 정물들도 나올 수있기에 살짝 다를 수 있겠지만, 보통 정물도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기에 그리고 진정한 고인물들은 웬만한 정물들을 다 그려봤기에 이것이 정말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말을 이어서 쓰고싶지만 최근 우리나라 미대 입시 전형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안 다한들 그렇게 좋은 이야기는 안 나올 거 같아서 그만 마무리하겠습니다.

 

 

 

 

엮인 글:

무엇이 다른가_데생, 소묘, 드로잉, 에스키스, 스케치, 밑그림 (tistory.com)

 

무엇이 다른가_데생, 소묘, 드로잉, 에스키스, 스케치, 밑 그림

*글이 진행될수록 주관적 해석이 들어있습니다. 데생과 소묘는 같은 말입니다. 드로잉도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이는 말입니다. 에스키스는 아이디어 스케치에 들어갈 수 있는 말입니다. 스케치와

onion7321.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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