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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의 끝

기억력은 좋지 않은데 주의력이 늘었을 때

어니언 (국내산) 2021. 11. 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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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어릴 때부터 기억력이 무척 좋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좋아진 편이긴 하지만... (할 말을 마저 못하겠...)

 

 본가와 제가 지내고 있는 곳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가깝다면 가까워서 그래도 찾아가는 편입니다.

 

 얼마 전, 본가에서 조카 녀석의 장난감을 고쳐주려고 WD-40과 드라이버 세트를 가지고 이리저리 만지다가 주머니에 든 게 거슬려서 빼놨습니다. 장난감을 해체해서 고치려고 했지만 녹슨 게 문제가 아니라 땜질이나 부품을 완전히 교체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망가졌기에 포기했습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 : 서양화과를 나오면 별 짓을 다 한 할 줄 안 다)

 

 그리고 짐을 챙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주머니에서 빼놓았던 물건을 깜빡했던 겁니다.

 말로는 설명해도 알아듣기 힘든 물건이라 어쩌지 했지만 결국 전화를 걸어서 물건을 놓고 간 거 같다며 혹시 본 적 없는 물건을 보면 나중에 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혹 이틀 후, 집에 갔었을 때 챙겼었던 가방에서 그 물건을 발견했습니다. 가방 안 주머니에 너무나도 잘 놓는 바람에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물건을 발견하자마자 플래시백처럼 기억이 났습니다.

 당시 장난감을 고치려고 주머니에서 물건을 빼놓고 다시 고치려다, 생각해보니 이러다가 물건 두고 갈 거 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물건을 다시 챙겨 일어나서 가방 안에 넣고 돌아와 고치는 걸 진행했던 겁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물건도 잘 잃어버리고, 심부름 돈도 잃어버리고, 요일도 착각해서 교과서도 잘 못 갖고 가고 준비물도 잘 못 챙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정확히 세어 본 적은 없지만 요일을 착각해서 챙긴 교과서는 적어도 1년에 다섯 번은 있었던 것 같달까요....? 조금 억울하다면 늘 잘 까먹으니까 교과서는 항상 전날에 챙겼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들은 내용도 곧 잘 까먹고 해서 외우는 건 그냥 무리이다 싶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공부를 못했던 이유)

  비유를 하자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냥 증발, 기화 수준이었습니다. 흔적조차 없을 정도로 남아있지 않은 무서운 기억력이랄까요.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더 주의하려고 노력하고, 더 잘 들으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래서 그나마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습니다. 나아져서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 기억력은 여전히 꽝이라서 챙긴 것도 기억을 못 했지만,

        어쨌든 잃어버리지 않았으니 다행. 그리고 미래의 나 놈의 행동을 예상한 과거의 나 놈이 정말 잘했다.

 

  나는 훌륭하다.

 

 

  (으응??)

 

 

 예, 그렇습니다. 저는 훌륭합니다.

 자기가 자기 자신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이상, 슬픈 기억력을 갖은 자가 살아가는 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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